One Escape at a Time 하루하루 탈출한다
8 Sept—21 Nov 2021

소개 소개

아이디어

하루하루 탈출한다


도피주의라는 말은 종종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어서, 그에 동조하는 사람은 길을 잃고 부유하는 몽상가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도피주의를 포용하고, 반전시키고, 도피주의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루하루 탈출한다》는 도피주의, 특히 오늘날 대중 미디어 흐름과 관계하는 도피주의에서 착안했다.

미국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2017–20)은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시작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된 시리즈물이다. 1970년대에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오늘날의 상황에 맞추어 리메이크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쿠바계 미국인 가족 3대가 한 지붕 아래 ‘하루하루씩’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전형적인 시트콤 형식을 취하면서도 일반적인 미디어 재현의 문법을 뒤집고, 웃음으로 가장한 표면 뒤로 인종, 젠더, 계급, 섹슈얼리티, 정체성, 이주, 젠트리피케이션, 폭력 등 오늘날 인간 사회의 가장 시급한 화두를 적극적으로 돌파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원 데이 앳 어 타임〉과 같이 도피주의를 매개로 사회정치적 사안에 개입하거나 때로는 대항하는 대중 미디어를 기획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대중 미디어의 이러한 전략을 추적하다 보면, 도피주의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을 재편하고, 나아가 파편화되고 불안한 현실을 반성하고 항해해가는 도구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도처에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도피주의 개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상징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온다. 팬데믹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온전히 상상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지만, 현재 당면한 변화를 도외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로,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 고립된 채 미시적인 도피의 형태를 무수히 경험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차별과 사회 부정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집결했다. 이렇게 낯설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도피주의를 항해의 도구로 삼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거기서 한 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만나고 타인과 연결해 주는 하나의 비평적 메커니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예술감독

융 마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동시대 미술 및 유망 창작 분과의 큐레이터로 최근까지 재직하면서 차오 페이 개인전 《HX》(2019), 단체전 《중국 아프리카(China Africa)》(2020), 특별 소장품전 《지구적 저항(Global Resistance)》(2020)을 조직 또는 공동 조직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홍콩 M+에서 무빙 이미지 분과의 큐레이터로서 무빙 이미지 소장품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M+ 스크리닝 시리즈(2016–)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모바일 M+ 무빙 이미지(Mobile M+ Moving Images)》(2015)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홍콩관의 공동 큐레이터를 두 번 역임했다(2009, 2013).

연혁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국제 비엔날레로 미술, 미디어, 도시 사이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모색한다. 2000년 제1회 개최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서울의 주요한 문화 행사로 주목을 받으면서, 서울을 예술과 문화의 산실로 널리 알리고, 더욱 폭넓고 다양한 관객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미술관의 비전을 주도해왔다.


2018 좋은 삶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2012 너에게 주문을 건다

2010 트러스트

2008 전환과 확장

2006 두 개의 현실

2004 디지털 호모 루덴스

2002 달빛 흐름

2000 도시: 0과 1사이

제10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 전경, 2018.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전역에 펼쳐진 각 분관들이 시대와 미술의 변화에 조응해 교차하고, 서로를 채우고, 매일 성장하는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이다.

서울 근현대사의 자취를 간직한 정동 한가운데 위치한 서소문 본관은 르네상스식 건물인 옛 대법원의 파사드와 현대건축이 조화를 이룬 건물이다. 전시, 교육, 스크리닝, 워크숍, 공연,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더불어 SeMA Café+, 예술 서점, 로비 공유 공간, 그리고 야외 조각 공원이 모두에게 다양한 미술 체험에 이르는 길을 제공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SeMA-하나 미디어아트 어워드

SeMA-하나 미디어아트 어워드는 한국 사회에서 현대 미술의 인지도를 높이고 향유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통해 2014년 제정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하나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마다 시행되는 이 상은 지속가능한 예술 창작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전문가와 공공 간의 지식 공유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외 전문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예술적 비전과 기여를 보여준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를 1인 이상 선정하여 수여한다.

SeMA-하나 미디어아트 어워드 공동 수상자 크리스틴 선 킴의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2015). 제9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설치 전경. 사진: 김익현, 홍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