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방

2002

기계적인 장치로 프로그래밍에 의해 자동 제어되는 키네틱 구조와 비디오 미디어의 결합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안수진의 작업은 덕수궁 돌담벽을 따라 설치된다. 이 작업은 단일한 공간을 상정하면서도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화면 속 인물의 좌표를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 공간이 갖는 절대적인 값과 상대적인 값의 차이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 4개의 프레임은 확장되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축소된 공간이며, 밀도가 증식된 공간이다. 또한 이 공간들은 실존적 공간이면서도 비실제적 공간이며, 방향성만 맞다면 선후의 구분 없이 등장하는 민주적 공간이자 작위적이지 않은 우연적 공간이다.
또한 이 프레임들은 연속적 시간을 보이면서도 실은 반복적 시간이며, 1개의 연속적 영상은 3개의 정지 영상을 보상하는 경제적인 성격이 있어서, 이 지그재그의 시간 함수적 곡선 속에서 정지와 연속의 개념적 차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는 눈으로 보이는 세계 속에서 분절된 시간의 운명을 고스란히 보여 주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안에서 표현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무작위적 시공간 속에서 픽션과 상상을 더할수록 그 소외를 극으로 밀어 올리고, 이 짧은 판토마임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고정된 시각의 4컷 만화에서처럼 인간의 강박과 욕망을 표출하면서도 종국에는 유보적인 자세와 웃음이 보다 중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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