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40년의 과정에서 가장 실험성이 강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이승택은 늘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 작가, 거침없는 상상과 파격으로 사람들에게 섬뜩한 놀라움을 제공해 왔다. 이 전시에서 그는 전시 벽면에 60여 마리의 실감 나는 쥐의 조각과 “미술이 쓰레기가 되었다”는 텍스트를 분산시켜 부착했고, 1950년대에 자신이 고야의 〈벌거벗은 마야 부인〉을 카피한 유화 작품, 불에 타고 부서진 여성 누드 조각과 연결시켰다. 관객의 시선 의식하여 배열된 그의 작품들은 모더니스트 공간을 지시하지만, 실은 그 공간을 달리는 쥐들은 속성상 일종의 ‘리좀’(rhizome)이다. 따라서 쥐들에게 붙은 ‘부정’의 의미를 벗겨 버릴 때, 미술 내부에 새로운 ‘변화’가 비로소 발생할 것이다. 쥐들은 오직 생산(퍼트림과 확산)을 위해서 뒹굴고, 미끄러지며, 달린다. 어떤 중심도, 실체도, 도덕도 지시하지 않는다.
〈녹의 수난〉, 1996.
〈결국 예술은 쓰레기가 되었다〉, 1997. 스티로폼에 석고 채색, 캔버스에 유채, 브론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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