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 퍼포먼스의 형태로 201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의 퍼포머는 엑소네모 2인조가 아니다. 아티스트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킨 뒤 바로 무대를 떠났고, 관객들을 열광시킨 것은 화면 위의 자동 퍼포먼스였다. 아티스트는 그 뒤 다시 등장해 ‘잘했다’며 컴퓨터를 칭찬하며 퍼포먼스를 마무리했고, 이 퍼포먼스는 전설이 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그 뒤 설치작품(Installation)으로 발전하였는데 이번이 두 번째 전시이자 첫 번째 장기전시이다.
이 작품에서 ‘퍼포머’이자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하는 것은 컴퓨터의 커서이다. 커서가 화면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소리와 영상 등 다양한 파일을 차례로 실행한다. 파일만이 아니다. 도크나 풀다운 메뉴 등 데스크톱의 기본 요소가 포개 놓은 상자를 풀듯 차례로 표시되는 ‘데스크톱 해킹’과 같은 시퀀스가 이어진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만, 등장하는 정보는 매번 달라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일은 결코 없다. 컴퓨터 내부를 표상하는 데스크톱, 그것은 저장된 막대한 정보를 아이콘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계층화하여 표시하는 인터페이스이다. 커서는 인간의 의도, 눈, 손의 연장으로서 이를 움직여 대상을 클릭하여 정보를 가동하는, 즉 다른 세계들을 열어 보이기 위한 방아쇠이자 화면 위의 모든 사물을 조작할 수 있는 메타적 존재이다. 이와 동시에 커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임을 통해 감상자의 신체감각을 자극한다. 이 설치작품에서 전개되는 퍼포먼스에 인간은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커서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씩씩하게(그렇게 보일 정도로) 활약한다. 관객은 커서의 ‘모험’과 그때마다 일어나는 예상 밖의 사건을 손에 땀을 쥐며 즐기고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