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꽃

2002

그녀의 작품 속 이미지는 마치 ‘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여러 마리의 곤충들로 이루어진 덩어리로 순간적인 환멸의 실체가 드러나는 현상의 가정을 보여준다. 그녀는 ‘가상의 낙원’이라는 가상공간에 대한 상상 중에 희귀하게 큰 파리들로 이루어진 ‘꽃’이라는 상징물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파리들은 한 무더기의 꽃을 가장하듯이 보이지만 꽃이란 건 결국 파리들의 집합체라는 형상적 모순이다.

절대적이라 여겨지는 이미지나 믿음도 가상의 꽃처럼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인간들의 한정된 시공과 지각 안에서 꿈꾸는 낙원이나 이상은 철저히 이러한 모순의 현실 안에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그녀에게 현실의 공간이나 현상에 대한 의문을 넘어 오히려 그 자체가 신성하거나 두텁게 여겨지며 나아가 이질적인 세계로 느껴지게 한다. 작가에게는 바로 이 현실이란 시공이, 이미지가, 다른 시공의 어떤 존재가 느끼는 ‘가상의 낙원’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상 속에서 그녀는 세계를 이방인으로 떠돌며 여기서 발견한 ‘꽃’은 반복되는 모순과 허상들의 세계, 낙원에서 발현한 상징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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