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감성

2002

그는 이소룡을 기억하는 세대의 무디어진 감성의 부활을 이끌어내기를 원하며, 그 이후의 세대와의 새로운 대화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 감성 증폭의 과다로 인하여 오히려 마비되어 가는 우리의 강렬한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고, 디지털 문화의 정교함과 영상 세계의 무한한 유동성으로부터 과거 뒤편으로 사라진 추억의 연민과 낭만을 재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맹목적으로 과거의 재생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적 체험을 통하여, 즉 회화, 조각적 순수미술의 표현 방식과 영화적 요소와의 차별성을 갖던 기존 순수미술을 해체·재구성함으로써 이소룡 세대와 디지털 세대와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감성을 재발견하려 한다.

최근 그의 연작은 이미 상영되었거나 용도 폐기된 영화필름을 재조립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다양한 역사와 배경,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의 영화필름이 존재한다. 필름을 자르고 붙여서 새로운 이미지들 속에 그만의 감정과 상념으로 재편집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의 서사적 맥락에서 빗겨서 있는 미술에 대한 정체성의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재료의 실험과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필름의 특성, 즉 투영되는 이미지를 이용하게 될 이번 작품에서는 다섯 면의 입체 공간에서 서로 개별적인 작품들을 하나의 전체 작품을 만들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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