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없으면 거리는 빛이다

1998

미술관을 나서면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미술관 정면의 벽에 씌어진 글자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시야에 들어온다. 걸음을 옮겨 한 지점을 찾게 되면, 벽에 걸려 부서진 조각난 글자들이 모여 문장이 드러난다. 유진상은 벽을 사이에 놓고 갈라진 두 개의 점을 이어 하나의 완벽한 텍스트를 짜 맞추었다.
“벽이 없으면 거리는 빛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리이다.”
우리들은 벽(언어)에 의해 각자가 되지만, 벽이 사라지면 각자는 동시에 여럿이다. 마침내 빛 속으로 흩어져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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