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의 사진 작업은 도발적이다. 그의 자전적인 사진 이미지는 긴 시간, 습기, 의외의 돌출을 지니고 있다. 그 사진은 시간이 정지한 순간이 아니라 가공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사건의 연장선 위에 있다. 모든 것이 ‘벌려진’ 장면이 도리어 우리를 ‘응시’하고 빨아들이면서, 순간 우리 자신이 목격자나 공조자가 되고 마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의 사진은 훔쳐보는 창이 아니라 욕망과 죄책을 유발시키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