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의 4컷짜리 만화 연작들은 ‘프랙탈(fractal)’적 난장판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놀이 장면을 보여준다. 만화 속의 인물과 사물들은 웅얼거림과 동작, 제스처를 통해 서로 느낌과 의사를 교환한다. 역사적 시간, 공간의 규칙을 파괴하는 이 작은 만화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전, 후, 순간 사이의 틈이 만화 컷의 경계, 빈 공간에 상상에 의한 추적과 보충을 부여한다. 말과 의미에 의한 소통 방식을 도상들 간의 소통으로 대체하면서, 기호적 소통 방식의 두터움과 감각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제〉, 1994. 종이에 잉크
〈무제〉, 1994. 종이에 잉크
〈무제〉, 1998. 종이에 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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