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의 입체물은 ‘비조각적인 조각’을 실험한다. 사무실이나 미술관의 데스크와 흡사한 재료로 제작된 이 입체물은 아파트 같은 도시의 주거 환경이나 현대 건축물의 기능 과잉의 디자인적 측면, 즉 동선의 단축화와 공간의 규격화가 만들어 낸 효율적인 공간 설계를 ‘위반’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때 ‘의자’라는 제목을 보고 더욱 의아해진다. 의자의 기능이 소거된, 의자의 기능에서 극도로 역행된 이 의자는 ‘무용함’ 자체이다. 복잡한 전시장 안에서 불가피한 장소에 놓여짐에 따라 그 무용함은 더욱 현실화되었고, 관조적인 오브제에서 탈관조적 풍경으로 변했다.
〈의자〉, 1998. 나무에 채색.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