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채는 전시의 마지막 방을 고민 끝에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칫 감상에 지쳐 있을 수 있는 관객들에 대한 계산된 배려였다. 200개의 고무풍선 베개들이 천장에 매달려 빛의 반사가 현란하게 만들어지고, 바닥에는 각각 크기가 다른 3개의 노란색 튜브 공이 놓여 있다.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는 이 방은 어떤 이야기도, 갈등도, 가치관도 제시하지 않는다. 순간 현기증을 유발하며, 우리를 안락감과 나른함에 빠져들게 한다.
〈옐로우 하우스〉, 1998. 풍선, 색 형광등. 가변크기.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