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나 카차두리안은 어린 시절 핀란드의 작은 섬의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언덕은 그 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끼로 뒤덮여 있었는데, 작가는 이끼들의 모양에서 특정한 섬이나 대륙의 모습을 찾아냈다. 점차 이끼의 표면에 그와 닮은 대륙이나 섬의 지명을 붙여 구분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덕 전체는 뒤죽박죽된 지도책이 되었다. 작가는 이를 촬영해 20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이끼 지도〉를 제작했다. 이끼로 뒤덮인 언덕에서 전시장의 벽면으로 옮겨 온 니나 카차두리안의 작품은 새로운 지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