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탑

이끼바위쿠르르(고결, 김중원, 조지은)의 시각 연구는 ‘이주’라는 속성을 오랜 시간 탐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들의 예술 활동은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의 협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관심의 지평을 점차 확장하며, 개발에 따라 이동하는 식물의 경로로까지 시선을 넓혔다. 이들은 식물과 인간의 디아스포라, 산업 문명과 자연 현상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그룹명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끼 낀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굴러가는 소리를 형상화한 의성어 ‘쿠르르’를 결합한 인공어다. 이끼는 바위산의 비탈처럼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식할 수 있는 생명체로, 뿌리가 없어 어디든 정착하고 번식하며 극한 조건에서도 회복력을 발휘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땅탑〉은 이끼바위쿠르르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예술적 주제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해 보여준다.
미술관 뜰에 세워진 흙으로 빚은 기념비적 구조물들은 세 개의 군을 이루며 작은 마을 혹은 신도시의 축소판처럼 서 있다. 이 작품에 사용된 흙은 수도권 위성도시 외곽에서 수집한 먼지와 쓰레기가 섞인 토양이다.
한때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였던 수도권 공단 지역은 이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그들의 공동체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백 년 이상 된 나무들조차 베어지며, 비인간 존재들 또한 삶의 터를 잃고 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땅탑〉을 통해 공동체와 나무를 이어주던 흙을 도심이라는 낯선 환경으로 옮겨옴으로써, 인간과 비인간, 공동체의 이동을 함께 조망한다. 이 작품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주와 정착,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삶의 경계와 행정적 시스템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