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기념품이 되어보세요

2011

블라블라브랩은 도시문제, 테크놀로지, 하이퍼 컨슈머리즘 등의 다양한 의제를 통섭을 통해 탐구하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가장 최근 작인 〈스스로 기념품이 되어보세요〉는 그 중에서도 일견 그리 무겁지만은 않은, 재기발랄한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다. 2011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는 이 작품은 본래 해가 진 후 도심의 거리에서 행해졌던 퍼포먼스다. 주변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하이엔드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일견 로우·테크 작품처럼 보이게 하는 측면도 이 작품의 특이함이다. 즉 최신기기 장비의 신기함에 시선을 붙잡아두지 않고, 작품의 제작과정을 단순화하여 현장의 활기찬 분위기에 몰입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들은 모델을 세 대의 3D 스캐너로 입체 측정한 뒤 다시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결과물을 조각으로 산출한다. 이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의 조각을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관객들은 작품 제작을 위해 스스로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참여를 해야 하고, 작가는 관람객과 지근 거리에서 일종의 오퍼레이터 노릇을 하면서 함께 작업을 완성시켜 나간다. 스스로 기념품이 되라고, 기념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곳에 나타나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 작품의 구현방식과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강렬하다. 예술과 과학기술, 행위자와 구경꾼, 원주민과 관광객, 관찰자와 오브제의 이분화 구조를 교란하는 이 작품은 각자가 정해진 역할로부터 탈피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관람객은 인체 조각상을 연기하도록 초대됨으로써 작품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며, 3D 카메라의 눈에 잡힌 고정된 오브제이자 자신의 모습이 조각물로 변환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능동적 관찰자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작가는 전통적인 피그말리온으로서의 조각가의 환영에서 탈피할 뿐 아니라 심지어 첨단 기계 설비를 능수능란하게 부리는 마법사처럼 보인다. 관광객의 정서를 갖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이제 작품을 기억하거나 기념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기념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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