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징맨은 중국의 첸 샤오시옹, 한국의 김홍석 그리고 일본의 오자와 츠요시가 결성한 프로젝트 기반의 협력그룹이다. 북경(北京)과 남경(南京), 그리고 동경(東京)은 존재하지만, 서경(西京)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 작가는 자신들 스스로를 서경인(西京人) 곧 ‘시징맨’으로 명하고 서경이라는 도시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서경 이야기는 총 5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점차 발전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지금까지 이어져 온 4개의 프로젝트가 한 자리에서 소개된다.
〈제1장: 시징을 아세요?〉에서 세 작가는 각자 서경이라 여겨지는 곳을 찾아가 서경의 역사, 기원 그리고 서경이 사라진 원인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유명한 휴양지 섬 한 곳을 방문하였고, 각자 선택한 섬을 서경으로 가정하여 주민들과 인터뷰한다.
〈제2장: 이것이 시징입니다—서쪽으로의 여행〉에서는 한·중·일 삼국 모두에서 구전되어 온 서유기가 각색되어 인형극을 선보인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인형극에 등장하여, 구전으로 이어져오는 설화가 어떻게 여러 문화들 사이에서 전승되고 또 조정되어왔는지를 드러내는 한편, 이야기의 교환 및 확장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프로젝트이다.
〈제3장: 웰컴 투 시징—시징 올림픽〉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시징맨들은 베이징으로 가서 자신들만의 올림픽을 개최한다. 세 작가는 담뱃불 성화의 점화식부터 피망 메달 수여식에 이르기까지 21종의 경기를 직접 조직하고 선수로서 참여한다.
〈제4장: 시징을 사랑해요—시징 대통령의 일상〉에서는 시징의 영토, 역사, 농업, 헌법, 도시계획, 교육, 국방, 경제를 항목별로 소개하여 서경의 실체를 구체화한다.
이렇게 한·중·일 삼국의 작가들이 모여 가상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창조한다는 발상은 천진무구하면서도 진지하게 문화정치적 전복을 꿈꾸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