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밤

2012

라이브 퍼포먼스의 형태로 201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의 퍼포머는 엑소네모 2인조가 아니다. 아티스트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킨 뒤 바로 무대를 떠났고, 관객들을 열광시킨 것은 화면 위의 자동 퍼포먼스였다. 아티스트는 그 뒤 다시 등장해 ‘잘했다’며 컴퓨터를 칭찬하며 퍼포먼스를 마무리했고, 이 퍼포먼스는 전설이 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그 뒤 설치작품(Installation)으로 발전하였는데 이번이 두 번째 전시이자 첫 번째 장기전시이다.
이 작품에서 ‘퍼포머’이자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하는 것은 컴퓨터의 커서이다. 커서가 화면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소리와 영상 등 다양한 파일을 차례로 실행한다. 파일만이 아니다. 도크나 풀다운 메뉴 등 데스크톱의 기본요소가 포개 놓은 상자를 풀듯 차례로 표시되는 ‘데스크톱 해킹’ 과 같은 시퀀스가 이어진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만, 등장하는 정보는 매번 달라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일은 결코 없다. 컴퓨터 내부를 표상하는 데스크톱, 그것은 저장된 막대한 정보를 아이콘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계층화하여 표시하는 인터페이스이다. 커서는 인간의 의도, 눈, 손의 연장으로서 이를 움직여 대상을 클릭하여 정보를 가동시키는, 즉 다른 세계들을 열어 보이기 위한 방아쇠이자 화면 위의 모든 사물을 조작할 수 있는 메타적 존재이다. 이와 동시에 커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임을 통해 감상자의 신체감각을 자극한다. 이 설치작품에서 전개되는 퍼포먼스에 인간은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커서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씩씩하게(그렇게 보일 정도로) 활약한다. 관객은 커서의 ‘모험’과 그 때마다 일어나는 예상 밖의 사건을 손에 땀을 쥐며 즐기고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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