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추적기술

2011

‘보는 행위를 보는 것’. 본다는 행위와 시각 메커니즘 자체를 향한 이 근원적인 물음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체험자는 자기 시선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3D 공간과 마주보며 상호작용한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막대한 정보를 얻고 있지만 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시각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하고 있다는 것, 시선이 언제나 변동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매 순간 시각화한다. 체험자는 상하의 구분이 없는 가상공간에서 시선의 이동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공간에서는 체험자의 시선이 가느다란 궤적을 남기며 나아감으로써 일인칭적 체험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시선의 궤적이 재빠르게 3차원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체험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구조체는 마치 신경망처럼 유기적형태를 가지며 시각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촉각적인 지평을 환기시킨다. 그 공간 안에서는 보는 자와 그 대상이 자기 지시적으로 순환하고 있다. 보는 행위의 궤적이 주문(spell)으로서 나타남과 동시에 궤적이 보는 자를 속박(spell)하는 과정이 순환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체험자들은 이런 순환과 각각 다른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이 작품은 15년 전인 1996년에 제작된 “분자정보학”°° 을 YCAM의 협력을 통해 최신 기술과 기기를 투입하여 재제작한 것이다. 오픈 소스인 “The Eye Writer Ver 2.0”을 사용한 시선 추적기술과, 비약적으로 빨라진 컴퓨터 성능에 힘입어 이 작품은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었다. 놀랄만큼 매끄러운 영상을 통해 작품에 구현된 세계는 복잡하며 유기적인 것으로 변모했지만, 이는 미카마가 80년대에 대규모 설치작업을 통해 추구했던 ‘신체와 도시를 관통하는 거대한 정보체’라는 비전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보다 완전하게 발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이 작품은 원래 두 명의 참여자끼리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 세이코 미카미, 〈분자 정보학〉(1996), Canon ARTLAB과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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