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얼굴들

2011

미디어 전 영역에서 논쟁적 작품을 선보여 온 파올로 시리오와 미디어 비평분야에서 활동해 온 알레산드로 루도비코가 2011년 협업하여 선보인 〈페이스북의 얼굴둘〉은 페이스북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미디어 해킹 퍼포먼스다. 작가는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인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훔친 100만개의 프로필 사진을 얼굴표정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여섯 가지로 유형화하여 선별한 뒤, 맞춤형 데이트 사이트에 공개했다. 즉 lovely-faces.com이라는 가상의 공공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중요한 의제로 상정한 사회적 룰을 위배하고, 동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페이스북이야말로 근원적으로 사생활을 쉽게 노출하고 훔쳐볼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일종의 공적인 데이터로서 공개한 페이스북의 얼굴 사진이었다. 최대한 매력적인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페이스북의 사회적 시스템을 이루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실상 데이트 사이트나 다름없어 보이는 페이스북의 세계에서 자기노출의 강도를 높일수록 온라인 관계의 망은 무한히 확장되기 마련이다. 페이스북이 처음 만들어졌던 때보다 여러모로 정교하게 진화해왔지만 결국 데이트 사이트와 진배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다들 스스로의 얼굴을 공개하는데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지만, 그 이면에 놓인 진실 즉 잠재적으로 성적 관계를 탐색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50억 페이스북 유저 사이의 신뢰를 재-맥락화하는 측면이 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회의론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일면이다. 그렇다고 거대 온라인 회사에 맞서 작가가 대단히 비펑적 액션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잠재적으로 행하고 있는 해킹의 일상을 표면화시키기 위해 페이스북이라는 그물에 포획된 사람들의 얼굴을 제시하는 것이다. 밝게 웃고 있는 얼굴얼굴둘 너머, 새롭게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온라인 환경이 지닌 태생적 취약함을 직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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