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

2011

파편화-리액터
〈파편화〉는 로베르 르파주의 대작 〈립싱크〉 중 일부를 추출하여 여러 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작품으로, ‘리액터 ReACTOR’라는 혁신적인 영상 기술에 맞춰 제작된 듯 영상의 기술적 완벽함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이 작업에서 보여지는 장면—신경외과 의사의 알코올 의존증, 재즈 클럽에서의 공연, 그리고 술로 인한 쇠약을 다룬 〈립싱크〉의 ‘토마스’ 장 중 11분—은 르파주가 리액터를 접하기 전에 쓰인 것이다. 하지만 영상의 내용이 이 기술에 맞춤옷처럼 잘 어울렸기 때문에 매우 쉽고 빠르게 각색될 수 있었다. 〈파편화〉는 리액터를 활용한 세 번째 작업이다. 이 11분짜리 루프 영상은 몬트리올의 드니즈 펠르티에 극장에서 공연에 올리기 전 틈틈이 촬영된 뒤 르파주의 편집과 수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 장면을 선택한 이유는 그 기반에 깔린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 〈립싱크〉 중 ‘토마스’ 장의 무대 세트는 얼핏 보기에 산산조각 난 파편들이 무대 위에 흩어져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카메라를 특정한 각도에 두고 촬영할 때, 이 미완의 조각들은 카메라 위치에 따라 때로는 병원 구내 식당의 식탁으로, 때로는 피아노로, 또 때로는 재즈 바의 테이블로 변모한다. 작가는 무대 세트 주위를 육각형으로 구획한 뒤, 전면을 제외한 다섯 개의 모서리에 열 개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동시 촬영했다. 이 장면은 리액터의 여섯 개 화면 중 각도가 일치하는 다섯 개에 투사된다. 한편 나머지 한 화면에는 지정된 위치에 맞추어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찍은 영상이 상영된다. 관객들은 이 각각의 관점들이 드러내는 무대의 이면을 발견할 뿐 아니라 마치 무대 세트 주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으로 작업의 면면을 살피며 다섯 개의 관점이 전달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오늘
|
내일
|
스크린은 보호할 가치가 있습니다. 또는 스크린을 보호할 가치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