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역에서 교보빌딩과 동아일보 출구를 향하는 장소에 새로 축조한 역사와 이전 지하도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있는데, 이곳은 지하철 이용자만이 아니라 도보 이용자의 왕래가 많다. 작품은 통로의 벽면에 365명의 인물 사진과 각 인물에 관련된 자료들을 각 14×14 cm 크기의 아크릴판에 실크스크린한 설치 작업이다. 365명의 인물은 기존 역사에 기록된 182명의 인물과 역사에서 제외되거나 망각된 183명의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 역사는 언제나 익히 알려진 몇몇의 인물을 중심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사실은 무수한 무명인들의 삶이 밑바탕을 형성한다. 이처럼 작품은 지하철 역사를 일터로 생활하는 이들, 좌판 상인들, 통행인 개개인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지역과 연계된 서사를 새롭게 발굴한다. 과거의 예술가, 정치가, 철학자, 과학자와 같은 위인의 모습과 일상인의 모습을 나란히 배치하여 시간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는 작품의 문맥은 먼 미래의 후손들이 새롭게 연결지어서 이어 나갈 수 있는 작업의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