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태극기 집회’라는 한국식 민족주의 현상을 주목하며, 그것의 역사적 기원을 따지기 위한 이미지 자료와 기록을 재구성하여, 이를 통해 동시대 한국인의 ‘의식적인 무의식 세계’을 재현한다. 작가는 그동안 다큐멘터리 언어를 통해 중심부의 역사가 덧쓰이는 장소로서 ‘변방’에서의 삶을 다루고, 지리적이고 지역적인 특성에 연루된 역사 서술의 다른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특정 역사를 공유하는 집단 혹은 공동체에서 ‘예외’라고 간주하는 사건이 사실상 그 집단의 대표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따라서 그 공동체의 지표가 된다는 작가적 믿음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의 행잉 스크린 양면에 각각 설치되었던 2채널 작품은 동시대 대한민국과 근대의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차를 두고 ‘어긋난 민족주의’의 개념을 더듬는 시청각 자료를 재구성한다. 반면, 상영 버전에서 나란히 병렬된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는 두 시공간을 가깝게 들여다보며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엉킴, 그리고 기이한 공동체 의식의 근원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