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역 환승 통로의 벽면은 붉은 벽돌로 축조되어 있다. 이 벽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작품 〈설치〉는 초등학생의 시선보다도 아래에 있어 자칫하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작품은 벽돌 하나를 제거하면 생기는 직사각형의 빈 공간에 꼭 들어맞는 크기의 유리상자 안에 들어 있다. 시선을 낮춰 발견하는 조각들은 신체 조각이 결합된 ‘찰흙 인형’ 연작, 멸치나 번데기 등을 연상시키는 ‘벌레’ 연작, 장난감을 작은 조각들로 해체하고 재결합한 ‘장난감 시리즈’와 ‘로봇’ 연작, 키티, 피카츄, 예수상, 부처상, 각종 집과 동물 등 만지면 그냥 부서질 것 처럼 작은 크기들의 미니어처들이다. 이 작은 형상들은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미지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것으로, 스스로 번식하는 생명체를 연상시키면서 동시에 웃음을 유발하는 기괴한 이미지로 전달된다. 한편, 작가는 쭈그려 앉아서만 볼 수 있는 높이의 벽면에 캠코더를 넣은 유리상자를 설치하여 카메라로 실시간 녹화되는 장면들이 통로 위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송출되도록 연출하였다. 화면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발, 서성이는 발, 유리상자를 들여다보는 얼굴 등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