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루한은 빛을 스크린에 통과시켜 직접 인간의 망막을 자극하는 식의 매체를 Light-through(기사적)적 매체라 하였다. 이와 반대의 개념인 반사적 매체의 경우, 일정한 형태의 반사물(은막, 사진 등)에 빛이 반사될 때에만 메시지의 표현이 가능한데, 재미있는 것은 이 때문에 관객과의 관조적인 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반면, 빛을 발광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투사적 매체는 시청자 혹은 사용자를 빛 또는 빛의 아우라에 취하게 하고, 이 취함을 통하여 감성적이고 전의식적인 상호작용을 나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TV나 컴퓨터 같은 투사적 매체는 근본적으로 관객을 사용자로 변화시켜, 이들이 쇼파에 앉아 있더라도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게 만들고, 리모컨을 습관적으로 돌려 대게끔 유도하며, 때로는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게 하는 것이다.
〈Light-through〉는 한마디로 컴퓨터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유희를 주제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컴퓨터 한 대와 여기서 나오는 빔을 일상적 공간에 흩뿌려 놓고는 그물을 성기성기 이은 것 같이 만든 영상과 이야기 그리고 소리들을 얼추 관객 혹은 잠깐 들린 손님들에게 투과시켜 보자는 의도가 녹아 있다. 지나가는 이에게 빔을 쏴서 그들의 망막을 자극하고, 그 찌푸린 눈 사이로 자신의 몸에 덮인 빛의 색깔과 영상의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교감이라는 아우라가 무의식적으로 고막을 자극하는 저음질의 소리와 함께 뻗쳐 나와 내파(implosion)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