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스토리〉는 중국 둥관시의 쇠락한 도서 대여점에서 작가가 대량으로 수집한 로맨스 소설들에서 비롯한 작품이다. 이 소설들은 주로 80-90년대에 대만과 홍콩 작가들이 집필해 크게 유행했고, 80년대 말부터는 중국 본토에도 대여점을 통해 유통되면서 특히 청소년과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에 의해 널리 읽혔다. 한편 작가가 책을 구입한 둥관시는 홍콩과 인접한 산업도시로, 컴퓨터 조립 등 제조업 공장이 밀집해 있어 일을 찾아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젊은 여성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책의 여백에는 편지의 초안이나 일기, 펜팔을 위한 연락처 등 다양한 낙서들이 남겨져 있다. 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동안 전에 읽던 사람이 남긴 메모 주변에 다른 독자가 낙서를 이어가는 등, 이 책들은 당시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상과 개인적인 내면을 반영하는 특수한 아카이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