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로3가 대합실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 색다른 광고판이 설치되었다. 작가는 기존의 광고에서 쓰이는 와이드 박스를 사용하여 양면이 사용 가능하게 전환하고, 시바 와이드 칼라로 제작된 사진이미지를 전시했다. 그렇게 양면 와이드박스는 일종의 전시장이 되어, 한 면에는 〈하진 전화기를 말리다〉가 그리고 다른 면에는 〈의태 보온병 안에 든 재를 뿌리다〉가 소개된다. 김상길의 사진들은 사적 행위의 이미지를 공적 장소에 출현시켜 특정의 의미로 포착될 수 없는 ‘판독 거부’의 뜻을 비춘다. 동시에 이것은 과잉된 의미의 세계로 열려져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보온병 안에 든 재를 뿌리다〉에는 사진 중간쯤 백색 바탕에 검정으로 ‘광고문의 (018) 203-4676’이라는 작가의 휴대폰 번호가 인쇄되어 있다. 따라서 작품(사진) 속에 자신의 광고도 병존하는 셈이다. 다른 면의 〈하진 전화기를 말리다〉 하단에는 기업체 로고가 인쇄되어 있다. 그것은 작품(사진)과 기업체가 공존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처럼 이 작품은 광고사진과 작품사진 사이에서 놀이한다. 작가는 일시적으로 전시되고 해체될 자신의 작품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전시장(양면 와이드박스)을 구축한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유동적이고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것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진의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