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인 긁기〉는 전형화된 금발의 백인 호주 청년들을 심리상담하는 상황을 연출해, 호주 사회에 만연한 백호주의와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고정 관념을 드러낸다. 〈브로큰 잉글리쉬〉는 영국의 탐험가의 호주 상륙에서 시작된 근대 호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원주민과 백인 간의 시각 차이를 도발적으로 짚어낸다. 〈디너 파티〉에서는 호주 첫 원주민 대통령이 당선되어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를 약속한다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분개하거나 이중잣대를 취하는 등 호주 부유층이 보일 반응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작가는 영상에 직접 등장해 사회적 관습과 미술의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트릭스터 역할을 자처하는 한편, 원주민 활동가이자 학자인 개리 폴리를 출연시켜 코믹한 외연 아래 담긴 정치의식을 표현한다. 이 세 편의 영상은 2014년부터 16년까지 호주 전역을 순회한 《승리를 상상하기》라는 제목의 개인전으로 묶여 선보여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