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의 침묵〉은 서울에서 전시되는 〈침묵의 소리를 듣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서울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동시에 듣고자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서울의 6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잠자고 있는 우물의 소리와 오늘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 침묵은 소리의 부재가 아니오. 허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소음들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열림이다. 침묵, 이것은 기억할 수일까? 여러 시간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지 않는가? 그는 망각을 기억할 수일까?
나는 묻는다.
경희궁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역사박물관 뒷마당에 위치하고 있는 우물을 중심으로 음향설치 하고저 한다. 이 우물은 옛적에 시녀들이 물을 길어다가 밥도 짓고 된장 고추장 담어 임금님께 바쳤다던데 지금은 물이 말라 밑이 빠진 진 항아리가 되었단다. 옛 한양의 風水地理가 현대도시 계획의 찬바람 타고 水脈이 말라버리었나보다. 가버린 水脈이 다시 되돌아 올리는 없겠지마는 밑 빠진 옛 우물에 서울의 먼지소리를 담어 보고저 한다.
우물의 침묵을 들어보고저 한다.
서울의 아스팔트 소리를 부어
서울의 뻐스 소리를 부어
서울의 소나무 소리를 부어
서울의 인터넷 소리를 부어
서울의 참새 소리를 부어
서울의 주식 소리를 부어
서울의 뻐꾸기 소리를 부어
서울의 紅塵을 빈 우물에 부어
소리굿 한판 벌리고저 한다.
2010年 6月 20日
김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