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역에는 2호선에서 8호선으로 이동하는 환승 복도가 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150미터나 되는 긴 통로이다. 이 작품은 별다른 시각적 볼거리가 부재한 지루한 복도를 ‘산책로’의 개념으로 전이하여 지하도시의 면모를 드러내고자 설치되었다. 복도 천장에 가로의 지지대를 이용하여 십여 대가 넘는 29인치 TV모니터로 이루어진 작품은 화면을 제외한 TV모니터의 표면을 백색 인조 모피로 감싼다. 각각의 TV모니터에서는 이상적인 자연풍경의 이미지와 함께 황병기의 「비단길」이 흘러나온다. TV모니터의 위치는 「비단길」악보 형식을 따라 운율에 맞게 배치되었다. 이를 통해 통행객은 지하에 부재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보고 음악을 감상하며, 지하철 환승 복도는 도시를 산보하는 산책길로 전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