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니엘 멜로스는 문화적 권력과 지배의 개념을 탐구함에 있어 부조리한 유머감각으로 영화와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다. 〈영국사의 일곱시대 티저〉는 영국의 유명 TV 진행자인 데이비드 딤블비가 직접 집필과 진행을 맡은 BBC의 〈영국사의 일곱시대〉 라는 TV 다큐 시리즈를 위해 BBC가 나타니엘 멜로스에게 의뢰한 일종의 예고편 영상 작업이다. 멜로스는 〈영국사의 일곱시대 티저〉를 통해 세련된 영어 어휘와 서사 스타일로 대변되는 영국의 대표적 방송 프로그램의 관습들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이 유사 다큐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특징을 흉내 내는데, 즉 영국 특유의 매너리즘과 어조로 알파벳의 기원을 둘러싼 고대 역사를 개작하여 들려준다. 첫 번째 장면은 알파벳을 창안해 낸 고대 그리스 발명가의 레퍼런스로서 카드무스라는 중세 난장이와 황금 가운을 입은 신 사이의 실랑이로 시작한다. 이 두 인물은 TV 다큐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딤블비의 얼굴 마스크를 가운데 놓고 말싸움을 벌이는데, 왜냐하면 마스크가 현대를 통치할 수 있는 권력을 그들에게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특별한 마스크를 붙잡고 있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스크는 그들의 손에서 미끄러져 런던 템즈 강변가의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다음 장면에서, 진행자인 데이비스 딤블비가 이 마스크를 주우면서 20세기 예술의 역사에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 티저 영상 제작과 함께 작가는 진행자의 얼굴 본을 뜬 애니마트로닉 조각품, 즉 로봇장치를 제작했다. 이 움직이는 기계는 딤블비의 얼굴 모양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기묘한 마스크로 예술과 미디어, 문화에 대한 풍자적 유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