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감상(점ᆞ선ᆞ면)

2010

불을 밝힌 모형 열차는 선로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어둠 속에 가느다란 빛의 궤적을 남긴다. 그에 따라 공간 전체에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풍경이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부상한다. 관객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광경에 매료되어 각각의 실루엣 및 영상이 상기시키는 것들을 쫓아 자신의 기억 속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환상적인 세계는 단순하지만 모든 것이 가시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필이나 소쿠리 등, 놓여 있는 물건들은 모두 100엔 가게 같은 데서 구입한 잡동사니들이다. 그것들을 바늘로 꿰듯 달리는 기차만이 유일한 동적 요소로서 정물을 움직이는 그림자로 변화시킨다. 이 작품에서는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가상의 층이 분명히 표시되어 있지만, 동시에 양자는 멋지게 맞물린다.
빛과 그림자에 의해 공간 전체로 확장되는 이 작품은 영상 장치의 역사를 언급하면서도, 그 새로운 전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예전의 그림자 놀이나 17세기의 환등기, 영화(레일 위를 이동하는 차축은 의도치 않게 영사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만 같다) 등과 마찬가지로 영상에의 몰입이나 마술성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로부터 거리를 둔 시선 또한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두 개의 층을 동시에 체험한다. 하나는 광원을 기점으로 하여 공간으로 확장되는 풍경 속을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 같은 자기몰입적인 층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전체 및 시간축 위에서 영상이 그려내는 드라마를 객관적으로 조감하는 층이다. 그리고 이 두 층은 작품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고 있다. 작가는 점(광원), 선(선로), 면(벽면)°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도발적인 영상언어에 도달한 것이다.

° 〈10번째 감상 (점·선·면)〉을 직역하면 The Tenth Sentiment (Point-Line Dimension)이다. 광원으로서의 ‘점’, 선로의 ‘선’, 그리고 벽면의 ‘면’을 연결하여 읽을 때의 일본어 발음인 ‘Ten·Sen·Men’에서 The Tenth Sentiment 라는 영어 제목을 떠올렸고, 그것을 다시 일본어로 옮긴 것이 〈十番目の感傷(点・線・面)〉라는 일본어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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