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만찬

2000
이준목, 〈3인의 만찬〉, 2000. 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둥, 혼합 매체. 270 × 140 cm. 작가 제공. 제1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도시: 0과 1사이》. 건대입구역 2호선과 7호선 환승통로 광장. 2000

왕십리역에서 잠실역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에 도착한다. 건대입구역의 7호선과 2호선을 쌍방으로 이동하는 곳에 광장이 하나 있다. 〈3인의 만찬〉은 이 장소에 수화 부조와 점자 부조로 제작된 기둥 2개를 설치한 작품으로, 특히 점자 부조 기둥은 안쪽에 네온을 설치하여 밖으로 빛이 새어 나오게 하였다. 이렇게 환승 광장에 설치된 작품은 청각장애인의 목소리인 수화, 시각장애인의 목소리인 점자, 그리고 정상인의 목소리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 작품은 같은 언어의 구조를 바탕에 두면서도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담론 체계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으며, 특수한 언어소통을 처음 접하는 감상자들로 하여금 일순간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것은 정상과 비정상, 주체와 객체/타자 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이해와 교감의 장을 모색하고자는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작품은 사유와 행위에 있어서 소통의 문제는 장애가 아닌 ‘불완전하고 편협된 편견’에 기초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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