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모형도 의자

2000
이정란, 〈변기 모형도 의자〉, 2000. 섬유 강화 플라스틱 오브제. 100 × 100 × 40 cm. 작가 제공. 제1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도시: 0과 1사이》. 동대문운동장역의 4호선과 5호선 환승통로 휴게 공간. 2000

을지로4가역에서 잠실역 방향으로 한 정거장 이동하면 2호선, 4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운동장역에 도착한다. 3개의 노선을 연결하는 환승 지점은 다른 역사의 환승 공간에 비해 넓고, 이곳에는 지정된 ‘만남의 장소’는 아니지만 팔각형 의자 2개가 설치되어 있어 여러 사람들이 임의의 만남을 위한 표식으로 활용한다. 이용객 수가 많아지면서 2개의 의자가 부족하다는 요구에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기괴한 모양의 퍼블릭 퍼니처를 제안한다. 예술의 제도가 예술을 사회적 요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안정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거꾸로 퍼블릭 퍼니처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예술로서 역할을 가진다. 이정란의 퍼블릭 퍼니처는 가구이면서 동시에 작품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성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일상 세계와 거리를 둔다. 여기서 ‘거리’는 일상 세계에 대한 비판을 뜻한다.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변기는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며, 우리의 신체 구조를 고려한 공학적인 오브제이다. 변기를 모티브로 한 변기-의자 작품은 생물학적이며, 인간에게 친밀하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그것이 소외된 지점에 관계된다. 이와 같은 작품이 공적인 장소에 설치되어 모두에게 활용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소외가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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