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둥오리의 이상한 죽음〉의 비선형적 내러티브의 중심에는 가족에 관한 작가의 추억이 있다. 대형 프로젝션 형식으로 설치된 이 작업은 청둥오리의 3D 스캔에서 시작하여 실제와 가상 세계의 여러 요소를 이어 붙인다.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 작가의 할머니는 대만의 동물실험실에서 30년간 일하면서 실험용 동물을 집으로 데려왔고, 작가의 아버지는 이 동물들과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제는 노인이 된 할머니의 모습이 작가의 일상,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동물들과 교차되며, 여기에 작가의 조카가 증강현실을 넘나들며 동물과 상호작용하는 장면도 더해진다. 모니터에 설치된 〈토끼 314〉에서는 대만의 인형조종사가 토끼로 무언극을 연출하는데, 잘 설계된 일련의 동작들은 마치 동물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시각적이고 개념적인 대화처럼 배치된 두 비디오 작품은 이미지 구현, 의식(儀式), 첨단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이라는 장치를 통해, 살아있는 것과 죽어가는 것과 죽은 것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토끼 314〉, 2020. 단채널 비디오(HD, 컬러, 무음). 7분 1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