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욱의 작업은 일시적이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설치 작업, 근대화의 속도가 조장하는 망각에 저항하는 행위로서의 퍼포먼스 등을 통해 공동체의 사회적 기억을 심문해 망각하고 있던 현실을 자백하게 한다.〈손의 무게〉는 로드무비 형식의 퍼포먼스이자 이를 열감지 카메라로 기록한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뉴타운 고스트〉와 〈S.O.S—채택된 불화〉에서 개발주의가 휩쓰는 도시의 시공간감을 속도와 빛으로 읽어냈다면, 신작 〈손의 무게〉는 ‘이미 늦은’ 공간과 자연을 온도로 포착한다. 승객들을 가득 실은 특별한 관광버스 한 대가 북을 치는 사람에 이끌려 순례를 다닌다. 관광버스는 현재 출입 금지되어 있는 한국의 4대강 공사장 가운데 이포보 현장과 폐쇄된 지 오래된 한강유람선 선착장, 유령 아파트 단지 등을 순례한다. 관광버스 안에서는 ‘흐름’으로 상징되는 여자가 노래하며 버스의 좌석 위를 기어오르며 노래하고 ‘순례자’들은 이 여자를 손으로 떠받치고 실어 나르듯이 그녀의 흐름을 돕는다. 작가는 손의 다른 무게, 막기보다 흐름을 도모하는 손을 상상하고 이별하는 자연, 어둠 속에 감춰진 공간을 적외선 카메라를 가지고 역으로 침투하면서 이미지의 한계와 감각의 영역을 온도로 전환한다. 관광으로 번역되는 ‘Sightseeing’은 ‘SightTouching’으로 제안되고 퍼포먼스 기록 영상은 온도와 무게를 감지시키는 매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