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는 채로 2020〉은 2020년 초, 팬데믹이 확산되던 때 중국 후베이에 있던 작가가 봉쇄된 도시에서 제작한 퍼포먼스 영상이다. 작가는 한 손바닥 위로 기다란 나무 장대의 균형을 잡으면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텅 빈 광장, 공원, 넓은 대로와 도심을 누빈다. 팬데믹에 대한 만연한 불안과 공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 장대 끝에 걸린 비닐봉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묘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황량한 도시에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틈새를 만든다. 나아가 전지구적인 재난을 겪으면서도 일상에서는 그 사실을 종종 망각하거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행동에 몰두하는, 오늘날 많은 이들의 경험을 연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