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운동장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가면 지하철 2호선, 5호선, 국철이 만나는 왕십리역에 도착한다. 3개의 호선이 교차하는 환승 통로는 적잖은 지하철 이용객들이 이동하지만, 이곳에는 휴식 공간이나 만남의 장소가 부재하다.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5호선과 국철로 향하는 환승 통로 중에 넓은 공간이 있다. 이 작품은 그곳에 휴게 공간과 만남의 장소로 지하철 이용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방형의 계단 설치이다. 정방형의 계단은 중심을 비운 형태로 설계되었고, 네 방향에서 올라가는 계단과 가장 윗 계단에서 정방형의 안쪽으로 다시 내려가는 계단의 구조를 가진다. 이 계단들은 각각 청색(東), 백색(西), 적색(南), 흑색(北)을 가진다. 그리고 사각의 계단들로 이루어진 가운데 빈 공간은 황토 흙으로 채워져 오방색을 이룬다. 구조의 중앙을 황토흙으로 채우는 이유는 그곳에 흙이 부재하는 점 때문이다. 사각의 쌍방향 계단식 구조의 〈왕십리, 2000년 가을〉은 예술 작품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만남이나 휴식을 위한 기능을 가진 공동의 마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