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리는 누구인가?:유니-페이스

1996-2010

서도호는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래로 자아와 타자, 개인과 집단, 과거와 현재,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자문화와 타문화 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작가의 개인적 기억과 경험으로 구성된 그의 작업에서 이러한 대립적 요소들은 갈등하고 충돌하고 상호작용하여 전체적 조화를 이룬다. 서도호의 생각은 인간은 끝없이 변하는 ‘연기(緣起)’과정에서 과거와 미래를 가로질러 마주친 다양한 생명과 서로 이어져 있다는 불교적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우리는 누구인가?: 유니-페이스〉는 수많은 초상 사진들을 합성해서 하나의 얼굴을 만드는 싱글 채널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이 작업은 작가의 대학원생이었던 1996년부터 시작되어 계속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처음에는 가까운 가족, 친구, 지인 등 한국인들의 초상 사진을 모으는 작업에서 비롯되었다. 이번에는 서울, 싱가포르, 런던, 베니스, 도쿄 등 세계 도시들 곳곳의 다양한 장소들에서 촬영된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얼굴 사진들이 모아지고, 이 얼굴들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하나로 수렴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관람자들은 무수한 얼굴이 나타났다가 서서히 하나의 얼굴로 합쳐져가는 스크린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포개어 그려보게 된다.
서도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집합적 단일체의 모습은 고유성/익명성, 다양성/획일성, 동질감/이질감 같은 사회적 정체성의 양면을 동시에 들여다 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간극들을 넘어서 ‘나는 누구인가’하는 근원적 질문의 답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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