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의 바셀린 작품은 길이가 1센티가 조금 넘는 매우 작은 큐빅형의 연약한 작품이다. 충분히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으나 눈에 띄질 않아 많은 관객이 그냥 지나친다. 크기가 작고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각, 반투명함 때문에 손으로 만지고 싶을 만큼 촉각성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녹아버린다. 작가는 말한다. “누군가가 보아주지 않아도 좋다. 이 작품은 봐 달라고 조르지 않지만, 주의 깊게 보는 사람에게는 조용한 보상이 될 것이다.”
〈무제〉, 1997. 흰 종이에 바늘 드로잉. 가변크기
〈무제〉, 1998. 바셀린.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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