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작 〈킨더가든 안토니오산타 알리아, 1932〉에서 2008년 작 〈알제의 행복한 순간의 단면들〉에 이르기까지 데이비드 클레어보트 작품들은 사진과 영화의 포착 하기 어려운 연결지점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회화와 드로잉으로부터 출발한 이 벨기에 출신 작가는 흑백사진을 대형 프로젝션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이미지에 기적적인 시간성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정지된 흑백사진의 풍경 일부가 알아채기 힘들만큼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영원히 정지된 것 같던 대상의 시간성이 부활 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