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영화 감독 플로리스 카이크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허구와 실제를 모호하게 뒤섞는다. 그의 첫 두 단편인 〈전자 목(目)〉과 〈악성금속증〉은 일종의 ‘허구적 정보 제공 필름’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으로 대변되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전형적 형식을 차용한다. 전자 장치에서 진화한 신종 곤충이나, 인공 보철 기구가 유기적 신체를 점식하는 질병 등과 같은 환상적 소재들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촬영 및 편집기술, 배경음악, 그리고 정제된 내레이션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아이러니컬한 어법을 취하는 작업 속에서 관객들은 기괴함과 유머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