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마녀 선언문

2019/2025
뤼실 올랭프 오뜨, 〈사이버마녀 선언문〉, 2019/2025. 직물 인쇄. 300 × 400 cm. 재제작: 에스에이에이(SAA).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재제작 지원. 작가 제공.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2025. 사진: 홍철기
뤼실 올랭프 오뜨, 〈사이버마녀 선언문〉, 2019/2025. 직물 인쇄. 300 × 400 cm. 재제작: 에스에이에이(SAA).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재제작 지원. 작가 제공.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2025. 사진: 홍철기
뤼실 올랭프 오뜨, 〈사이버마녀 선언문〉, 2019/2025. 직물 인쇄. 300 × 400 cm. 재제작: 에스에이에이(SAA).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재제작 지원. 작가 제공.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2025. 사진: 홍철기

뤼실 올랭프 오뜨는 영성, 신기술, 급진적 정치사상을 융합하여 더 윤리적인 방식으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법을 모색합니다. 그녀의 실천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모든 윤리 체계가 식물, 동물, 심지어 우리 몸 안에 사는 박테리아와 같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인간 너머의 존재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7년 작가는 각기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마녀라고 정의하는 네 명의 친구들을 모아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의식을 함께 거행했습니다. 이것을 원형으로 2년 뒤 완성된 〈사이버마녀 선언문〉은 공통된 원칙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녀 유권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며, 통상 별개로 여겨지는 영성, 정치, 기술 세 영역을 연결합니다. 활동가, 해커, 사상가들의 인용문을 담고 있는 선언문은 의식적이고 헌신적인 공존의 삶을 촉구합니다.


사이버마녀 선언문
뤼실 올랭프 오뜨
2019년 임볼크

시간 속의 매듭 하나로 세상이 변하고 기억이 사라졌다.

우리는 더 이상 삶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도 미래도.1)

회피를 멈춰야 할 때입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도 그만둬야 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마주하고 불안이 아닌 결단력으로 맞서야 합니다. 우리는 한때 꿈꾸었던, 그러나 지금은 두려움이 된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읍시다. 우리는 자연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옹호하는 자연입니다. 우리는 자연, 가이아, 어머니나 자매도 아닌, 탈젠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언어 너머의 힘입니다.


주인의 도구가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시다.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권한 부여를 꿈꾸게 했던 바로 그 기술들이 결국 모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원론의 미궁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카로스처럼 굴지 맙시다. 사이렌은 우리의 자매이고, 우리는 돌의 관능미와 나무의 부드러움에 심취해 트랜스휴머니즘적 오만에 굴복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가이아의 내장을 뒤지고, 긁거나, 모독하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저당 잡은 치명적인 연기를 하늘과 시간에 그만 내뿜고, 지구에서 누스피어(인류의 집단 의식)를 연결합시다.


우리 모두“대형 메인프레임 파괴자”가 됩시다. 기술적 자율성을 외치고 모든 형태의 해방과 권한 부여를 주장합시다.


W.I.T.C.H., VNS 매트릭스 , 가이네펑크 , 리클레이밍, 테크노샤머니즘, 제노페미니즘, 하이퍼스티션, 아프로퓨처리즘, 조상미래주의 등에서 영감을 얻되, 어느 하나에만 전적으로 집착하지 맙시다.


아이러니한 헤르메스주의를 실천해 봅시다. 우리는 말이 마법의 활성 물질임을 알고 있습니다. 말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사의 연금술을 종종 실천해봅시다.


우리의 말에는 허세가 거의 없습니다. 마법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데이지 꽃을 어루만지는 데 그칩니다. 우리의 힘은 가정적이고 토속적입니다. 우리의 자매애는 우리가 마녀에서 권력의 여성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서로를 보호합니다.


우리의 DIY 실천은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며, 불안정하고 덧없습니다.


에너지로 형태를 창조하고, 형태로 에너지를 인도하는 이 응용 과학을 실천해 봅시다.


우리가 조작하는 형태, 구조, 이미지는 때때로 우리 문화가 강요하는 한계를 벗어나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우리의 의지, 행동, 지향적 에너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내린 선택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마법입니다.


우리 스스로 실험적인 기원과 전통을 만들어 봅시다. 신성을 믿지 말고 신과 연결해 봅시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식이 현실에 형태를 부여하고, 현실이 의식에 형태를 부여함을 이해합시다.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적이고 정치적인 의식에 참여합시다. 스마트폰과 타로 카드를 통해 영혼과 소통합시다.


DIY 기기를 만들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우리의 아스트랄체가 우주의 전파 영역을 여행하게 합시다.


조상의 방식과 발명된 방식을 섞어 세상의 다공성을 드러내 봅시다 ― 우리의 세계, 더 이상 믿지 않는 신들, 자유로운 우주 창조론과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적 존재들.


우리는 육체적이고 , 생물학적이며, 육화된 존재이지만, 동시에 관계적이고 정보를 공유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확장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한 세계에서 하이브리드한 존재가 됩시다.


우리 몸―허브와 서버를 돌봅시다. 우리의 의식에 동시대의 일상적인 기술 장비들을 포함합시다. 우리의 마법은 기술 우호적입니다.


말을 합시다. 몸짓을 합시다. 사물을 조작합시다. 원형적인 유물을 소환합시다. 이그레고르의 출현을 부릅시다.


덧없는 에너지의 공생을 찾아봅시다. 의지에 따라 의식을 바꾸는 이 기술을 연마합시다.


사이버마녀가 됩시다.


1) 로즈마리 월드롭, 『아메리카 언어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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