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6.42.42'N, 126°97.4414'E

2012

1986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World Underground Project(WUP)로 잘 알려져 있는 최재은은 시간과 공간의 거대한 스케일을 간결한 형식으로 압축하는 작업들을 보여준다. WUP는 여러 겹의 종이를 지구상 곳곳에 묻는 프로젝트로서 오랜 시간 후에 다시 꺼내어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랜 기간 일본에서 활동해 온 그가 2007년에 로댕갤러리에서 연 개인전 《Lucie and herTime》에서는 인류의 고고학적 시간을 회상하면서 삶과 죽음의 순환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일본식 꽃꽂이 예술인 ‘이케바나’로부터 출발하여 사운드, 비디오, 영화, 사진, 뉴 미디어 등을 가로지르는 작품들을 해 온 최재은은 2010년 동경 하라미술관 개인전에셔 ‘나무’를 주제로 한 〈아소카의 숲〉을 통해 시간에 대한 깊은 명상의 공간을 연출하였다. 최근에 작가는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하늘’을 다룬 작품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시티 서울 2012에는 최재은의 하늘 프로젝트 신작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바닥에 수없이 많은 레이어를 이루며 놓여 있는 것은 서울시립미술관 옥상에 설치된 카메라가 전시기간 동안 매일 5분 간격으로 촬영하는 하늘의 사진들이다. 하늘은 텅 비어 있는 무한대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빛과 구름과 별들로 채워져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하늘의 이미지는 시간과 장소의 좌표에 의해 의미 있는 정보로 기록될 수 있다. 하늘은 추상성과 동시에 수없이 많은 정보들의 흐름을 드러낸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해석함으로써 세계와 생존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하늘을 종교적 권위의 영역으로 간주했다. 오늘날에도 하늘은 우리 스스로의 좌표와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공간이다. 하늘의 추상성은 근본적인 물음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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