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레나 다미아니는 지질학, 고고학, 지도작성학 등 각종 학문 분야의 문헌을 비판적으로 탐구하여 사회이자 공간으로서 현재에 도달하는 길을 추적한다. 작가는 책, 사진, 영상, 공공 기록물, 돌멩이와 광물 등 발견한 사물들을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하고, 시간, 공간, 역사, 영토와 지식에 관해 고정된 관념이 되는 정신적인 구축물을 콜라주, 인쇄물, 영상, 설치, 조각 등의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지구 역사를 새롭게 기억하는 경로와 그것의 비선형적 서사를 드러낸다.
8분 길이의 비디오 〈달보다 빛나는〉은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지구 근방의 천체 영상을 지구에 떨어진 운석 샘플의 현미경 사진과 교차 편집하여 보여준다. 작품은 소행성, 운석, 혜성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만 드러내고, 우주에서 촬영한 행성의 표면이나 현미경 사진의 세부처럼 스케일이 전혀 다른 이미지들을 혼합하여, 정의할 수 없는 광물의 표면처럼 보이는 풍경을 구현한다. 지질학적 규모와 시간의 크기를 탐구하는 작품은 행성의 역학, 표현 양식, 감각에 의한 인식 방식 등에 관한 지배적인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간과 장소의 교차를 통해 여러 평행 현실이 공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