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임동식 컬렉션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에 초대된 김진주는 임동식의 기록을 살펴보며 그가 말한 자연 속에서 미술하기의 순환과 수용적 발생을 주목한다. 작가는 임동식의 미술적 태도에서 여러 종류의 듣기와 공명을 재발견하였고, 그중 ‘히어링(hearing)’의 관점에서 그의 아카이브와 그로부터 연상된 이미지를 탐구하는 비디오 에세이를 제작한다. 임동식의 미술 활동 전반에 걸쳐 생산된 1,300여 건의 방대한 자료들 가운데, 특히 1980년대 독일 함부르크 유학 시절에 집중적으로 진행된 음향 실험과 선(禪)의 철학에 관한 다양한 기록은 김진주에게 사유를 발생하는 교환과 대화의 가능성을 통해 구분짓거나 상처(결함)를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시 질문하는 미술 실천의 가치를 일깨운다. 임동식의 아카이브 이미지와 그로부터 다른 선(line)을 그리는 이야기의 중첩을 통해 생겨난 〈히어링〉의 시공간은 제도적 공간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촬영 장면과 교차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진주는 지난 시간에 관한 기억으로부터의 반향을 더듬고, 미디어로서의 아카이브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공통의 영역을 찾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