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오피는 1990년대 초 스튜디오 초상 사진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신체에서부터 도시 체계까지, 그리고 작은 흑백사진부터 거대한 컬러사진까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다룬다. 그녀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의 사회적 소수자들은 개인의 정체성, 공동체 등 문화적 초상화법에 대한 시각을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작가는 또한 미네아폴리스,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의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 작업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 사회의 차별과 경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를 와해시킨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연장선상에 있는 〈취임식〉 연작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취임식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작가의 앵글은 이 역사적 현장의 스펙터클보다는 백악관 밖의 간이 의자에 힘없이 기대어 있는 사람, 야구 모자를 눌러쓴 평범한 사람들을 화면의 중심에 세운다. 작가는 새로운 미국 사회로의 변혁을 맞이하는 순간을 간결하고 직설적인 시각 언어로 군중의 면면에서 포착하고 있으며,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