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현하는 자〉의 제목은 가톨릭 성상 제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채색을 하는 장인을 일컫는 스페인어 ‘엔카르나도르(Encarnador)’를 가져온 말로, 사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몸처럼 보이게 한다는 뜻을 지닌다. 작업에는 필리핀의 연례 행사인 아기예수상을 모시는 신자들의 행렬, 멕시코에서 열린 저스틴 비버의 콘서트, 저스틴 비버의 나무 조각상을 제작하는 모습 등 작가가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소스 영상이 함께 편집된다. 그를 통해 제작의 개념을 탐구하고, 오늘날의 글로벌 자본주의에 있어 이미지 제작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탐색한다. 한편 종교 의례적인 행위와 저스틴 비버의 이미지가 거듭 교차되면서, 오늘날의 셀러브리티 산업이 추동하는 종교적 열광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두 방글라데시 여자 아이들이 2017년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데스파시토〉를 부르는 유튜브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