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은 90년대 초반부터 관객의 참여에 의한 인터랙티브 사운드 설치작업을 해왔다. 그는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와 시간적 지각을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사운드 조각이라는 관점을 정립하는데 기여하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음성이나 음향을 분류하고 의미론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인터랙티브 실험들을 해오고 있다.
미디어시티 서울 2012에서 처음 소개되는 김기철의 〈사랑이거나 사탕발림이거나〉는 미리 입력된 5,000여 개의 단어들을 감정적 수준에 따라 분류한 뒤 관객이 일정한 수준의 단어들을 조합하여 말할 경우 앞에 설치된 종을 쳐서 소리를 낸다. 사랑, 느낌, 꿈, 그대, 영원 등의 단어들에는 각각 부여된 설정값이 있고 이것이 점증하면서 감정적 높이의 기대치에 다다르는 것이다. 음성인식기술은 기계적인 분류에서 점점 더 정교한 의미론적 조합과 해석의 차원으로 발전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의사전달방식이 일종의 게임의 형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패러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