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들

2011

국제 무대는 물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마나베 다이토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미디어아티스트로 전향한 케이스로, 진동과 초저주파 그리고 빛의 요소와 결합된 디지털 사운드 디자인, 촉감과 청각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광고, 실험음악 등 상당히 넓은 외연 안에서 작업을 전개해 가고 있다. 마나베 다이토와 함께 현재 일본의 대표적 뉴미디어아트 그룹이자 긱(geek)들로 구성된 랩 ‘4nchor5 La6’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모토이 이시바시 역시 마디어아트 이전에 컨트롤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테크니컬 구루(guru)로서의 역량을 마나베 다이토와의 다양한 공동 작업을 통해 유감없이 증명해왔다.
이들의 최근작인 〈입자들〉은 그 규모와 기술적 측면에서 미디어아트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테크놀로지의 예로 한동안 기록될 것이다. 〈입자들〉은 칠흑의 공간 안에서 부유하는 끊임없이 흐르는 빛 입자들의 움직임을 관람객의 망막에 전달하는 거대한 빛, 소리, 움직임의 구조물이다.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빛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LED 볼이 움직이도록 디자인 된 레일은 마치 우주의 무한함을 암시하는 듯 8자의 순환형태로 특별한 동력 장치 없이도 중력의 방향을 따라 공이 미끄러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빛의 깜빡임은 그러나 중앙 컴퓨터에 의해 지배를 받아 간헐적으로 빨라지고 느려지면서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게다가 관람객이 공이 움직이는 패턴 중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듯 수학적, 공학적 정교함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이 거대한 구조물이 어둠 속으로 뼈대를 감추면서 우리가 집중하게 되는 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빛이 만들어 내는 시각적 효과와 몽환적인 기계음을 통해 체험하는 숭고한 한 순간이다.
저 멀리서 신호를 보내는 빛의 입자가 관람객 눈 가장 안쪽에 닿아 명멸 할 때. 대 우주를 구성하는 미세한 입자들에 대한 시적 환영으로도, 대뇌 전두엽 한 부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을 주고받기 위해 부단히 전기 신호를 보내는 인간 정신활동에 대한 기계적 은유로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대기 중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방사능 입자들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공중에서 흩어진 빛 입자들이 환기시키는 컨텍스트는 상상 외로 복합적이고 극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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