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로서 민중미술은 집단적, 즉각적으로 생산된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폭로하고 변화를 시위했다. 동지, 친구, 연인, 가족, 이웃은 혁명의 잠재력을 존재로서 증명하며 기꺼이 이미지가 되어 주었다. 그들은 현실의 모사이기 보다 매우 현실적인 픽션이었다. 반면 오늘날 이미지가 된다는 건 코드화, 정보화되어 손쉽게 감시, 식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재현되는 것 자체가 삶에 위협적일 때 사람들은 변신하고 삭제하고 갱신한다. 지금 우리에겐 어떤 구체적인 얼굴이 떠오르는 대신 인터넷 문화에 극명하게 남아있는 “분노, 폭로, 고양, 확산, 결집”의 감정과 행위를 다급하게 목격할 뿐이다. <초 다음 초>는 80년대 민중미술의 유산을 오늘날 이미지-현실 관점에서 소화해 보려는 시도이다. 동시에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적 발원지인 디지털 환경이 공유할 수 없는 세계의 모순을 드러낼 미래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한다. 그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미래세대인 어린 퍼포머는 과거의 노래를 새로 부르고 유유히 자신의 굿을 치른다. 새로운 문화적 변용은 가장 세속적인 형태로 시작된다. 그 코앞 혹은 바로 뒤에는 다음 얼굴이 있을 것이다.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