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회 안에 닻을 내리지 못하면서 느끼게 되는 무중력감, 폐허와 같은 감정 상태를 떠올리며 시작되었다. 그 동안 파트타임스위트는 도시의 실패한 공간들, 무용하기 때문에 주변으로 밀려난 공간들을 주로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과 정서적 상태가 모두 사회적으로 배제된 채 미래라고 불리는 것의 제물로 바쳐진 것들이라고 본다. 또한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동명의 단편소설을 모티프로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코마에 빠진 연인의 정신적 공간을 추락하는 비행선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명명한다. 이 설정은 본 작품 안에서 과거 은밀하고 폭력적인 정치권력의 요새이자, 지금은 근현대 미래유산으로 관리되는 여의도 벙커 공간을 통해 무대화된다. 마치 공포게임의 맵처럼 보이기도 하는 을씨년스러운 벙커 공간은 유쾌하지만 그로테스크한 폐쇄적 정서의 공간으로 소환되고 여기에 더해 그간 우리가 미래라고 부르던 것 혹은 미래의 제물로 바쳐졌던 공간들이 함께 배치된다. 이는 만약 우리가 영원한 추락 속에 있는 게 사실이라면 그것의 정지보다는 가속의 파괴력에 주목하고, 나락이나 탈출 또는 삭제가 아니라 다른 궤도를 달리기 위해 파괴하는 이중의 구멍을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벅찬 수많은 ‘나’와 함께 그래도 우리들의 이야기(plural story)는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유사-SF물이다.
보급형 360도 카메라로 촬영하였으며, VR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로 감상하도록 설치되었다. 360도 카메라는 특정 이미지를 선택하기보다 공간 전체를 캡쳐한다. 따라서 360도 카메라가 제공하는 환경은 전방위적 시선을 열어놓음으로써 마치 공간이 열려있는 듯하며, 현실적인 공간을 경험하는 듯한 일루젼을 선사한다. 하지만 생생히 살아있는 VR(가상현실) 세계 안의 풍경 속에서 그 경험의 주체인 ‘나’의 현존은 ‘자동지움’된 채 투명해지고 만다.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무한한 자유와 현실감의 비젼을 약속하면서도, 더욱 강력하게 신체를 포박하며 ‘나’의 자리를 제명시키는 VR 공간의 은폐된 특징을 이용하고 과장한다. 그리고 그 은폐된 특징들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의미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반전의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